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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삶의 태도가 유전성 치매 발병시기 늦춘다’
핵의학과 손혜주 교수 연구팀, 세계 최초 입증
- 성실한 삶의 태도, 유전성 치매 발병 늦추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
- 국내 연구기관 최초 ‘우성 유전 알츠하이머병 네트워크 (DIAN)’ 연구결과 미국신경과학회 공식 학술지 게재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보통 어려운 상황이나 스트레스를 겪더라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잘 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치매 연구 분야에서는, 뇌의 병리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유지되는 능력을 가리킨다.
최근 레켐비(레카네맙) 같은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치매 원인 단백질을 겨냥한 새로운 치매 항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나, 이런 치료제는 가격이 매우 비싸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제 보건 의료 정책은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에서 이점을 지녀 저소득 국가에서도 쉽게 쓸 수 있는 비약물적 치료, 즉 생활습관 개선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일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흔히 치매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우성 유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Autosomal Dominant Alzheimer’s Disease, ADAD) 환자들에게도 이런 비유전적 생활습관이 증상 발병 나이를 늦출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중에서도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우성 유전 알츠하이머병(ADAD)은 전체 알츠하이머 환자의 1%도 안 되는 매우 드문 유형으로, 주로 30대에서 50대에 증상이 나타나는 조기 발병 치매이다. 이 병은 특정 치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부모와 비슷한 나이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단국대병원 손혜주 교수·서울아산병원 김재승 교수 연구팀은 ADAD 환자를 대상으로 한 DIAN 코호트 국제 연구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증진시키는 비유전적 생활 습관 요인이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나이가 단순히 유전적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개인이 노력해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하여 치매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단국대학교병원 핵의학과 손혜주 교수]
우성 유전 알츠하이머병(ADAD)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국제 협력 연구 프로젝트인 DIAN(Dominantly Inherited Alzheimer Network, 우세 유전 알츠하이머병 네트워크)은 알츠하이머병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환자들의 임상 및 인지 검사, 뇌 영상, 혈액 및 체액 샘플을 표준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수집하여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대규모 국제 임상 연구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진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 메이요 클리닉, 호주 신경과학 연구소, 독일 튀빙겐 대학교, 뮌헨 대학교를 포함한 전 세계 10개국, 20개 이상의 권위 있는 치매 연구 기관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 기관이 발표한 최초의 DIAN 연구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ADAD 환자와 그 가족 529명을 대상으로 임상 및 인지 검사, 뇌척수액에서 측정한 타우 병리 단백질 수치, 운동, 사회 활동, 삶의 경험 및 행동 양식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ADAD 환자들의 회복탄력성을 두 가지 방식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첫 번째 분석에서는 타우 단백질 수치가 높아도 인지 기능을 잘 유지하는 그룹을 ‘높은 회복탄력성 그룹’으로 정의하고, 타우 단백질 수치도 높고 인지 기능도 감퇴한 대조군 및 타우 단백질 수치가 낮음에도 인지 기능이 감퇴한 ‘낮은 회복탄력성 그룹’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높은 타우 단백질 수치에도 불구하고 인지 기능을 유지한 ‘높은 회복탄력성 그룹’은 치매 증상을 보이는 그룹보다 인지적으로 활발하고 사회적으로 통합된 삶을 살았으며, 성실성(conscientiousness),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사회적 협력 및 이타적 태도(agreeableness)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두 번째 분석에서는 부모의 발병 연령보다 늦게 발병한 사람들을 ‘높은 회복탄력성 그룹’, 더 일찍 발병한 사람들을 ‘낮은 회복탄력성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그 결과,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경험이 발병이 임박한 후기 전임상 시기에서도 치매 발병 연령을 늦추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성실성 지표는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평가하고 미래 치매 발병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손혜주 교수는 “성실성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이는 기존 치매 연구에서 주로 다룬 특정 인지 기능 점수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받는 교육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전 생애 동안 뇌의 활동성과 목적성을 유지하는 습관으로 굳어진 고차원적 지능으로 볼 수 있다. 성실한 삶을 선택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지속하는 것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성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조절 가능한 중요한 치매 예방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우성 유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정의한 첫 학술적 시도인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의 노력으로 조절 가능한 비유전적 생활 습관 요인이 치매 증상 발병 연령과 유의미한 연관이 있음을 최초로 입증하여 치매 연구 분야에서 큰 전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손혜주·김재승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AAN, 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공식 학술지인 Neurology(IF(인용지수): 7.7)에 「Association of Resilience-Related Life Experiences on Variability in Age of Onset in Dominantly Inherited Alzheimer Disease 우성 유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회복탄력성과 관련된 삶의 경험이 치매 발병 연령의 개인 간 편차와 가지는 연관성」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according to research published online on Sep, 13, 2024, in Neurology®, the medical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Neurology.”